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외국인 감독 선임이 과연 더 효과적인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하여 지난 몇 개월 동안 수많은 논쟁과 화젯거리가 있었습니다. 무책임하게 떠난 클린스만에 대한 분노, 거기에 기름을 부은 국가대표팀 선수들끼리의 불화까지... 카타르 월드컵 이후 흥이 오른 축구 열기를 식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이슈였던 문제는 대한축구협회장 사퇴와 관련한 일들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열린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있었던 사퇴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서울의 봄'을 떠올린 분들이 많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축구를 사랑하고,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소방수로 투입된 황선홍 감독이 1차전은 비겼지만, 2차전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논란은 조금 사그라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보도들이 쏟아졌습니다. 골자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 11명으로 압축, 외국인 후보 7명부터 우선 면담... 5월 중 발표"
다수의 여론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인데요. 일각에서는 국, 내외 상관 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실제로 외국인 감독이 나은지, 아니면 국내 감독이 오히려 괜찮을 수 있는지 데이터로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 데이터는 한국 남자 축구 역사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는 2002년을 기점으로 하였으며, 대행 감독의 성적은 배제하였습니다.
역대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주요 외국인 감독
거스 히딩크 감독 (2000년~2002년)
- 성적: 37경기 14승 12무 11패(44득점, 42실점), 승률 38%
- 주요 선수: 황선홍, 박지성, 안정환
- 대회 성적: 컨페더레이션스컵 조별리그, CONCACAF 골드컵 4위, 2002 FIFA 월드컵 4위
거스 히딩크 감독은 우리나라 남자 축구에 있어서 역사와 같은 감독님입니다. 아직도 축구를 이야기할 때면 2002년 멤버가 쎄냐, 손흥민을 필두로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이 포진한 지금의 멤버가 쎄냐를 논할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체력, 심리, 국가대표팀 선 후배 관계 모두를 바꾼 분으로 이천수 선수가 "명보야, 밥 먹자." 컨텐츠를 만들게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당시 수석 코치는 박항서 전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셨죠.
2002년의 성공만 봐서 그렇지, 사실 그 전까지 패배가 훨씬 많았던 감독으로 많은 비판의 중심에 있기도 했습니다. 주요 성적은 37경기 14승 12무 11패로 승률은 38%에 그칩니다. 하지만, 평가전, A 매치 등이 많았고, 실제 월드컵 본선에서는 우리나라를 사상 최초로 4강에 올려놓은 위대한 분입니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2003년~2004년)
- 성적: 18경기 9승 3무 6패(42득점, 10실점), 승률 50%
- 주요 선수: 설기현, 안정환
- 대회 성적: 동아시안컵 우승
전임자가 너무 잘하면 다음 사람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듯이 히딩크 감독의 다음 감독으로 부임하여 어려운 시기를 보낸 감독입니다. 포르투갈 감독으로 국가대표를 거친 스타플레이어 출신입니다. 처음 부임 이후 3연승을 기록하였지만, 그다음부터 약팀을 상대로 무승부, 패배를 연이어 기록하면서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동아시안컵을 우승하였지만, 다시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였습니다. 선수 차출 거부 등의 K리그 이슈도 있었지만, 결국 물러나면서 아쉬움도 있었던 감독입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2004년~2005년)
- 성적: 24경기 10승 8무 6패(34골, 20실점), 승률 42%
- 주요 선수: 유상철, 김은중, 안정환, 이동국
- 대회 성적: 2004 AFC 아시안컵 8강, 동아시안컵 4위
"수비진이 3골 먹으면 공격진이 4골 넣으면 된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했던 감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 본프레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당시 우리 대표팀은 정말 수비 조직력이 불안했는데요.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실점이나 하였습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한 실점이었죠.
딕 아드보카트 & 핌 베어백 감독 (2005년~2007년)
- 성적: 합산 44경기 18승 15무 11패(63골, 37실점), 승률 41%
- 주요 선수: 정조국, 이천수, 조재진
- 대회 성적: 2007 AFC 아시안컵 3위
본프레레 감독 이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취임합니다. 당시 수석 코치가 팀 베어백이었죠. 이후 딕 아드보카트 사퇴 이후 팀 베어백 수석 코치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약 3년의 시간 동안 네덜란드 감독이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습니다.
2006년 FIFA 월드컵을 탈락하였으며, 이후 팀 베어백 감독 시절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진규 선수가 선수 시절 가장 잘 맞았던 감독으로 팀 베어백 감독을 꼽기도 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2014년~2017년)
- 성적: 38경기 36승 5무 7패(67골, 23실점), 승률 68%
- 주요 선수: 남태희, 손흥민, 구자철, 기성용, 홍정호
- 대회 성적: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
제 기억은 좋지 못한데, 승률이 68%에 달하는 감독입니다. 득실차도 +44골이구요. 독일에서 유명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뛴 경력이 있을 정도로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감독이었으나,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는 좋지 못합니다.
"한국형 늪축구"를 시전했던 감독으로 2015년 AFC 아시안컵 준우승을 하였으나, 2018년 FIFA 월드컵 예선에서 성적 부진으로 결국 경질되었습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 (2018년~2022년)
- 성적: 59경기 35승 15무 9패(99골, 46실점), 승률 59%
- 주요 선수: 손흥민, 황의조, 조규성, 황인범
- 대회 성적: 아시안컵 8강, 2022 FIFA 월드컵 16강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장 기간 재임한 감독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경질 여론이 형성되었던 감독이 아닐까 합니다. 확고한 철학과 선수를 뽑는 기준, 썼던 선수만 쓰는 고집 등으로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는데요. 월드컵 본선에서 실력을 보여주면서 축구 국가대표팀을 16강에 올려놓았습니다.
당시 화면을 보면서 선수들이 끌어안고 스마트폰으로 다른 2팀의 경기 결과를 기다리고, 황희찬이 극적으로 골을 넣었던 그 장면이 아직도 새록새록합니다. 조규성이라는 현재 국가대표팀의 스트라이커를 발굴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많은 경기를 치렀네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2023년~2024년)
- 성적: 17경기 8승 6무 3패(35골, 16실점), 승률 47%
- 주요 선수: 손흥민, 이강인
- 대회 성적: 아시안컵 준결승
대망의 클린스만 감독입니다. 이 감독만큼 많은 논란을 일으킨 감독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재택근무, 타 방송사 패널 출연 부업 의혹(?), 국가대표팀 명단 온라인 발표, 그리고 SNS 사퇴 작별 인사까지.. 최악의 감독입니다. 아시안컵도 계속 연장전 끝에 겨우 준결승에 진출해 요르단에게 보기 좋게 패배하였습니다.
역대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주요 국내 감독
허정무 감독 (2008년~2010년)
- 성적: 44경기 22승 14무 8패(68골, 37실점), 승률 50%
- 주요 선수: 이근호, 박주영, 이청용
- 대회 성적: 동아시안컵 우승, 2010 FIFA 월드컵 최초 원정 16강 진출
국내 감독 중에서는 가장 경기 수가 많았던 감독입니다. 총 44경기를 치렀고, 승률은 50%입니다. 기억나는 점은 2010년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원정 16강에 진출시켰다는 점입니다. 그전까지 1승이 목표라고 외쳤었는데, 16강에 진출시키면서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다만, 이후 성적 부진으로 사퇴하게 됩니다.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감독 (2010년~2014년)
- 성적: 합산 53경기 24승 11무 18패(77골, 66실점), 승률 45%
- 주요 선수: 박주영, 지동원, 이근호, 손흥민
- 대회 성적: 아시안컵 3위, 동아시안컵 3위, 월드컵 조별리그
허정무 감독 이후에는 약 1년씩 3명의 감독이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게 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국내 감독을 믿어 주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승률은 45%이며, 홍명보 감독 재임시절에 5승 4무 10패, 18골 28실점, 승률 26%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였습니다. 이후 신태용 감독 대행을 거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게 됩니다.
신태용 감독 (2017년~2018년)
- 성적: 21경기 7승 6무 8패(26골, 27실점), 승률 33%
- 주요 선수: 손흥민, 김신욱
- 대회 성적: 월드컵 조별리그
감독대행으로 발탁되었다가 감독이 된 케이스입니다. 월드컵 조별리그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승 제물로 생각했던 스웨덴에게 패하고, 독일을 2:0으로 격침시키면서 불씨를 살렸으나,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패배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었습니다. 당시 손흥민이 빈 골대로 달려가서 쐐기골을 넣던 장면이 기억이 납니다.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외국인 vs 국내 감독 비교
거스 히딩크 감독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성적
- 성적: 237경기 120승 64무 53패(384골, 194실점), 승률 51%
- 대회 성적: 2002 월드컵 4강, 2022 월드컵 16강
허정무 감독 ~ 신태용 감독 성적
- 성적: 118경기 53승 31무 44패(171골, 130실점), 승률 45%
- 대회 성적: 2010 남아공 월드컵 원정 16강
항상 외국인 감독만 선임되었는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국내 감독들의 경기 수가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승률을 비교하면 외국인 감독은 51%, 국내 감독은 45%입니다. %로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득실차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외국인 감독들의 총득점은 384골, 실점은 194로 득실차가 무려 +190골에 달합니다. 국내 감독들의 득실차는 171골, 130실점으로 +41이구요. 외국인 감독들이 선임되었을 때, 대한축구협회가 더 많은 강팀과의 경기를 주선하였고, 국제 대회도 좀 더 많이 출전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제법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축구에는 여러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점유율, 패스 성공률, 패스 횟수 등 셀 수 없이 많은 지표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부상자는 어땠는지, 팀의 완성도 등 객관적으로 데이터화하기 어려운 것들도 존재합니다.
일례로 슈틸리케 감독은 승률이 68%이고, 벤투 감독은 59%였는데, 사퇴 당시 축구 팬들과 선수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벤투 감독이 사퇴할 때는 모두가 반대했을 정도니까요.
이러한 부분들을 차치하고서 승률과 득실차 등 이해하기 쉬운 데이터로 봤을 때는 아직까지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을 때 좀 더 나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외국인 감독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겠고요.
외국인 vs 국내 감독 비교시 고려할 점
하지만, 고려할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첫 번째, 국내 감독을 선임할 때 항상 선수 때의 커리어를 놓고 선임했었다는 점입니다. 허정무, 신태용, 홍명보, 황선홍 등 모두가 국가대표로 커리어에 두각을 나타냈던 감독들입니다. 물론, 감독으로서도 훌륭한 부분이 많은 분들이지만, 선임 과정에서 커리어를 크게 고려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두 번째, 항상 소방수나 대행을 위한 감독을 선임했었다는 점입니다. 기대에 부풀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놓고, 기대에 못 미쳤을 때 경질이나 사퇴 후 그 자리를 때우는 식으로 국내 감독들이 많이 선임되어 왔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대표팀의 조직력이 좋지 않았을 것이고, 성적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K리그에도 좋은 감독들이 많이 있습니다. 광주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정효 감독부터 김기동 감독, 그리고 국가대표 감독을 했었긴 하나, 울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홍명보 감독까지. 무조건적인 외국인 감독 선임보다는 실력 있는 국내 감독들에 대한 재평가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자리 채우기 식의 감독 선임, 제대로 검증이 안 된 외국인 감독의 선임 등 지금 불거진 문제들을 수습하고, 올바른 행정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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